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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저는 걷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뛴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거의 걷기 수준이었습니다. 갑상선암 수술 이후로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고, 달리기는 저와는 거리가 먼,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로부터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10km를 쉬지 않고 달립니다. 이 글은 그 사이에 제가 실제로 겪은 시행 착오와 몸으로 배운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첫 3개월, 걷기부터 시작한 이유
시작하고 처음 3개월은 사실상 걷기였습니다. 동네 한 바퀴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거리를 늘렸어요. 처음 일주일은 20분 정도 걷는 것도 숨이 찼습니다. 평소에 엘리베이더만 타던 다리로 갑자기 20분을 걸으니 다음 날 종아리가 뻐근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니 같은 코스를 걸어도 숨이 덜 차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 때, 어는 날 걷다가 문득 '1분만 뛰어볼까' 싶어서 무작정 뛰었습니다. 숨이 차면 다시 걷고, 다시 뛰고 싶으면 뛰고 -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하는 패턴이 몸에 붙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방식을 '워크-런' 혹은 '인터벌 워킹'이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그런 용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몸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초보자에게 권장되는 방식과 비슷했던 셈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맞는 방법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다들 "그냥 천천히 뛰면 된다"라고 하는데 저는 천천히 뛰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3개월이 지나니 몸이 확실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운동 시간을 20분, 30분, 50분으로 서서히 늘려갔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걷지 않고도 계속 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쉬지 않고 20분을 뛰었던 날, 집에 돌아와서 러닝 앱 기록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던 게 기억납니다. 제 눈을 못 믿겠더라고요.
제가 몸으로 배운 건 이거였어요. 거리보다 시간이 먼저였다는 거. '오늘 5km를 채워야 해'가 아니라 '오늘 30분만 움직이자'는 식으로 접근하니 부담이 훨씬 줄었습니다. 거리를 목표로 잡으면 페이스에 신경 쓰게 되고, 페이스에 신경 쓰면 몸에 무리가 가고, 무리가 가면 다음날 못 뛰는 악순환이 생기더라고요 시간 기준으로 바꾸고 나서야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 1~3개월: 걷기 위주, 숨 차면 멈추지 말고 속도만 줄이기
- 4~6개월: 워크 - 런 반복, 운동 시간을 20분→30분→50분으로 서서히 늘리기
- 6개월 이후: 쉬지 않고 연속으로 달리기 시도
- 기본은 격일 운동 - 매일 뛰다가 몸살 난 적이 있어서 이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러닝화, 6개월은 그냥 운동화로 뛰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예상 밖이었어요. 처음 6개월 동안은 러닝화 없이 그냥 편한 운동화를 신고 아주 천천히 달렸습니다. 사실 처음엔 러닝화라는 걸 살 생각 초차 못 했어요. 그냥 신발장에 있던, 발이 편한 운동화 하나를 꺼내 신고 나갔을 뿐입니다. 속도가 워낙 느렸기 때문에 착지 충격도 크지 않았고, 딱히 발이나 무릎에 문제도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러닝 시작하면 러닝화부터 사야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은데' 싶었던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실제로 초보 단계에서는 페이스 자체가 느려서, 신발보다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6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안정화를 샀습니다. 매장에서 직원분이 제 발 모양과 걸음걸이를 보고 추천해주신 제품이었는데, 처음 신고 뛰었을 때 느낌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발이 너무 가볍고 편해서 '이래서 러닝화를 신는구나' 싶었습니다. 신세계였습니다. 6개월을 일반 운동화로 뛰다가 러닝화로 넘어가니 그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발목이 좌우로 덜 흔들린다는 느낌이 확실했고, 뛰고 난 다음 날 발바닥 피로감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카본화를 신으면 더 잘 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건 좀 다르게 봅니다. 카본화란 탄소 섬유 플레이트를 내장해 반발력을 극대화한 고성능 레이스용 러닝화입니다. 근력이 충분히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카본화를 신으면 오히려 발목과 무릎에 부담이 갈 수 있다고 들었고, 제 경험상으로도 몸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성능 좋은 장비부터 찾는 건 순서가 안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안정화로 만족하고 있고, 근력 운동을 더 쌓은 뒤에 쿠션화나 카본화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부상 없이 지금까지 달릴 수 있었던 이유
주변에서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망가진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가족들도, 회사 동료들도 제가 달린다고 하면 다들 걱정부터 하더라고요. 저도 시작 전에 걱정을 했는데, 지나고 보니 이건 달리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준비 없이 무리하게 달릴 때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무릎 통증으로 달리기를 그만둔 지인들을 보면, 대부분 처음부터 거리나 속도를 급격히 늘린 경우였습니다.
제가 실제로 했던 것들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달리기 전에 먼저 체중부터 감량했습니다. 저탄고지 식단으로 체중을 감량한 것입니다. 달리기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무릎과 발목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가 커집니다. 해서, 몸이 어느 정도 가벼워진 상태에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릎 통증 없이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출처: 한국운동생리학회)
둘째, 근력 운동을 병행 했습니다. 스쾃, 런지, 플랭크처럼 하체와 코어를 강화하는 운동이요. 처음엔 러닝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나서 확실히 달릴 때 몸이 덜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근육들이 달릴 때 관절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서, 달리 가만 단독으로 할 때보다 부상 위험이 줄었습니다. 셋째,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달리기 전 5분 동적 스트레칭, 후 5분 정적 스트레칭 - 이걸 꾸준히 하니 근육통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귀찮아서 생략한 날 다음날 꼭 몸이 무거웠고, 그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을 거르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 세 가지를 꾸준희 지킨 덕분에,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달리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잔잔한 근육통이나 컨디션 난조는 있었지만, 며칠 쉬면 회복되는 수준이었지 병원에 갈 정도의 부상은 없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질 체력인데 달리기 처음 시작할 때 몇 km부터 뛰어야 하나요?
A. 처음부터 거리를 목표로 잡으면 부담이 커집니다. 제 경우 처음 3개월은 거리 개념 없이 그냥 걷고 뛰기를 반복했습니다. 20분, 30분처럼 시간 단위로 목표를 잡으시면 훨씬 수월합니다. 거리는 몸이 적응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Q. 달리기 하면 진짜 살 빠지나요?
A. 달리기만으로 살을 빼려고 하면 생각보다 더디게 빠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식단 조절을 먼저 병행했을 때 효과가 훨씬 좋았습니다. 심박수가 지나치게 오르지 않는 수준, 즉 유산소 심박 구간을 유지하며 오래 달리는 방식이 지방 연소에 더 유리합니다.
Q. 일주일에 몇 번 달리는 게 적당한가요?
A. 입문 단계에서는 격일, 즉 하루 달리고 하루 쉬는 패턴이 가장 무난합니다. 욕심에 매일 달리다가 일주일 내내 근육통으로 쉬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몸에 적응이 됐다고 느껴질 때 주 3회, 이후 주 4~5회로 조금씩 늘리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들어줍니다.
지금 돌아보면
1년 9개월 전엔 뛴다는 개념조차 없던 사람이 지금은 10km를 쉬지 않고 달립니다. 돌아보면 그 사이에 지킨 원칙은 단순했습니다. 걷기부터 시작해 시간 기준으로 운동량을 늘리고, 몸이 준비된 뒤 거리와 속도를 올리는 순서를 지키면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릴 수 있습니다. 러닝화도 처음부터 좋은 걸 찾기보다 안정화부터,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은 빠뜨리지 않는 게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한 번 부상을 입으면 그동안 쌓아온 체력과 리듬이 한 번에 무너집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달리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운동화 끈을 묶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이게 전부였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