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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가 오른쪽 옆구리 아래가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던 적,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러닝을 시작한지 1년 반쯤 됐을 무렵, 대회마다 비슷한 지점에서 이 통증이 반복되는 걸 겪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체력이 부족해서, 혹은 숨을 잘못 쉬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원인을 파고들어 보니 장 내 가스 팽만과 횡격막의 마찰, 그리고 하루 종일 앉아 굳어버린 장요근이 한꺼번에 얽혀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탐구 과정과 실제로 효과를 본 해결책을 담은 기록입니다.

달리다 배가 아픈 진짜 이유 — 장 가스와 횡격막 마찰
대회 당일 아침에 뭘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7km 지점을 넘어서자마자 오른쪽 옆구리 아래가 극도로 아팠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먹은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이러는 건지 납득이 안 됐거든요.
나중에 제대로 공부해 보니 통증의 원인은 생각보다 구조적인 문제였습니다. 횡격막(Diaphragm)이라는 근육이 있습니다. 여기서 횡격막이란 폐 아래쪽에 자리 잡은 돔 형태의 호흡 근육으로, 숨을 들이쉬면 아래로 내려가고 내쉬면 위로 올라가며 폐를 움직이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 횡격막 바로 아래에 대장을 포함한 내장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는 점입니다.
러닝 중 장 내부에 가스가 가득 찬 상태라면, 뛰는 충격에 맞춰 내장이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횡격막과 계속 마찰을 일으킵니다. 오른쪽 통증은 대장의 가스가 주원인인 경우가 많고, 왼쪽 통증은 식후 소화가 덜 된 상태와 더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우 오른쪽이 주로 아팠으니, 음식 자체보다는 평소 식단에서 쌓인 가스가 문제였던 셈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포드맵(FODMAP) 식단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포드맵이란 장 내에서 발효되어 가스를 과도하게 유발하는 특정 탄수화물 군을 말하며,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를 위해 호주 모나쉬 대학교 연구팀이 처음 정리한 개념입니다(출처: Monash University FODMAP). 특히 러닝 전후에 피해야 할 고포드맵 식품들이 놀라웠습니다.
- 올리고당 — 마늘, 양파, 콩류에 다량 함유. 장에서 분해가 거의 안 되어 가스 생성이 심합니다.
- 과당(Fructose) — 꿀, 과일 시럽에 집중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건강식처럼 보이지만 장 내 삼투압을 높여 설사와 가스를 동시에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락토스(Lactose) — 유제품 속 이당류로, 유당불내증이 있으면 소화가 안 되고 가스로 잔존합니다.
- 폴리올(Polyol) — 자일리톨, 소르비톨 등 '-올'로 끝나는 감미료. 체내에서 분해가 안 돼 장에 그대로 남습니다.
- 생채소 — 파프리카 같은 날것 채소는 가스 유발이 상당합니다. 살짝 데쳐 먹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제가 직접 실천해 보니, 러닝 전날과 당일 아침 식사에서 올리고당과 꿀을 빼고 살짝 익힌 바나나(갈변 전)로 바꿨더니 오른쪽 옆구리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바나나는 덜 익었을 때 저포드맵 식품에 해당하지만, 갈변이 진행되면 과당 함량이 높아져 고포드맵으로 바뀐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에너지 젤을 선택할 때도 포도당과 과당의 비율이 1:1에 가까운 제품을 고르는 것이 과민한 장에는 더 유리합니다.
속근육을 먼저 풀어야 달린다 — 장요근과 90/90 호흡법
식단 조절만으로도 통증이 줄었지만, 장거리를 뛰거나 페이스를 올리면 여전히 사타구니 안쪽이 뻐근하게 아팠습니다. 코어 운동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속에 있는 근육'이라는 개념을 접했고, 그때부터 장요근(Iliopsoas)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여기서 장요근이란 횡격막 바로 아래의 척추뼈에서 시작해 골반을 지나 허벅지 뼈까지 이어지는 깊숙한 속근육으로, 달릴 때 다리를 앞으로 끌어당기는 핵심 동작을 담당합니다. 겉에서 눈으로 보거나 만지기 어렵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모르고 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장요근의 시작점이 횡격막에 근막(Fascia)으로 붙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근막이란 근육을 감싸는 얇은 결합 조직으로, 서로 다른 근육들이 이 막을 통해 장력을 공유합니다. 즉, 장요근이 굳으면 그 긴장이 직접 횡격막을 잡아당기고, 호흡 깊이 자체가 짧아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저는 직장인이라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근무를 하는데,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장요근이 수축한 상태로 굳어 있어고, 이 상태 그대로 달리기 시작하면 미세 손상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여기에 골반저근(Pelvic Floor Muscle)까지 더해집니다. 골반저근이란 골반 가장 아래쪽에서 내장 전체를 그물처럼 받쳐주는 근육층입니다. 러닝 중에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이 근육이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데, 약해진 상태에서 고강도 달리기를 하면 사타구니 근처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아프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꽤 누적된 피로 신호였습니다.
이 세 근육 — 횡격막, 장요근, 골반저근 — 을 동시에 이완시키는 방법이 바로 90/90 호흡법입니다. 무릎과 골반을 각각 90도로 구부린 채 벽이나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눕는 자세로 시작합니다. 이 자세 자체가 장요근의 긴장을 최대로 풀어주는 포지션입니다. 그 상태에서 배를 최대한 부풀리며 천천히 들이쉬고, 내쉴 때는 배를 더 꺼트리며 호기(呼氣)를 의도적으로 길게 유지합니다. 여기서 호기란 숨을 내뱉는 동작으로, 이때 횡격막이 위로 충분히 올라가야 장요근과의 연결 근막도 같이 이완됩니다. 제가 직접 실천해 보니, 러닝 직전 5분만 이 호흡을 해줘도 첫 1km부터 호흡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복식 호흡에 대한 오해도 짚고 싶습니다. 배로 숨을 쉰다는 것이 정확히는 횡격막을 아래로 충분히 내리는 동작입니다. 흉식호흡만 하면 갈비뼈 사이 근육과 승모근이 과부하되어 달리고 난 뒤 어깨가 뭉치는 이유가 됩니다. 실제로 저도 예전에는 뛰고 나면 항상 목과 어깨가 뻣뻣했는데, 복식 호흡 인지를 시작한 후로는 그 빈도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미국 국립 의학도서관(NIH) 자료에 따르면 횡격막 호흡 훈련은 호흡 보조 근육의 과부하를 줄이고 운동 지속 능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NIH PubMed).
자주 묻는 질문
Q. 밥 먹고 2~3시간 지났는데도 달리면 배가 아픈 이유가 뭔가요?
A. 식사 직후 통증과 달리, 몇 시간 뒤 발생하는 오른쪽 옆구리 통증은 대부분 장 내 가스 문제입니다. 전날 식단에서 올리고당이나 과당이 많은 음식을 먹었다면, 그 발효 가스가 대장에 쌓인 채 러닝 당일까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통증의 타이밍보다 최근 2~3일 식단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Q. 90/90 호흡법은 러닝 전에 해야 하나요, 후에 해야 하나요?
A. 러닝 전에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장요근이 굳은 상태로 달리기를 시작하면 횡격막까지 함께 당겨져 호흡이 처음부터 얕아집니다. 저는 운동화 끈을 묶기 전 5분을 이 자세에 투자하는 것을 루틴으로 만들었고, 그 이후로 초반 호흡 불편감이 크게 줄었습니다.
Q. 바나나가 러닝 전 간식으로 좋다고 하던데 아무 바나나나 괜찮은가요?
A. 갈변이 많이 진행된 바나나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나나는 익어갈수록 과당 함량이 증가해 저포드맵에서 고포드맵으로 변합니다. 껍질이 노랗고 끝부분에 약간의 초록빛이 남아 있는 상태가 가스 유발이 가장 적습니다.
Q. 골반저근이 약하면 러닝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골반저근은 달릴 때마다 발이 지면을 칠 때의 충격을 아래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근육이 약하면 고강도 달리기 후 사타구니 안쪽이나 하복부 라인이 뻐근하게 아프거나, 심하면 복압이 오를 때 요실금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90/90 호흡법은 골반저근 이완에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이 증상이 있다면 특히 꾸준히 해볼 만합니다.
결론
달리기 중 배가 아프면 많은 분들이 그냥 참고 뛰거나, 페이스를 조금 낮추는 정도로 넘어갑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통증의 뿌리는 장 내 가스 팽만과 굳어버린 속근육이라는 꽤 구체적인 원인에 있었습니다. 겉 근육을 아무리 단련해도 횡격막, 장요근, 골반저근이라는 내부 구조가 망가진 채라면 달릴수록 몸에 쌓이는 부하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러닝 전 고포드맵 식품을 줄이고 90/90 호흡법으로 속근육을 이완시키는 두 가지 습관이 저에게는 가장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거리를 늘리기 전에 이 두 가지부터 먼저 챙겨보시길 권합니다.